中 규제에 몰락한 마카오 카지노, 동남아로 대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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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규제에 몰락한 마카오 카지노, 동남아로 대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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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동현]

세계 최대 카지노 도시였던 마카오가 중국의 반부패 전쟁과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급격히 몰락하고 있는 가운데, 캄보디아·미얀마·베트남 등 인도차이나 반도 국가들이 새로운 카지노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이 국가들에서는 돈세탁과 불법 도박, 취업 사기 등 카지노와 관련된 범죄가 크게 늘고 있다.

일본 니시닛폰신문은 최근 미국 재무부와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 등을 인용, “동남아 일대에 카지노 시설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얀마와 캄보디아에선 현재 카지노가 최소 100곳 이상씩 운영되고 있고, 베트남(41곳)과 라오스(7곳) 등 인근 국가에서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카지노 운영자와 고객층은 대부분 중국인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2012년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과 함께 반부패 정책의 하나로 마카오 카지노를 찾는 고객들에게 도박 자금을 빌려주던 중개업자들이 원정도박 알선 혐의로 체포되는 등 규제 수위가 높아지자, 중국인 카지노 사업가와 고객들의 발길이 자연스레 규제가 약한 동남아로 향하게 됐다는 것이다.

니시닛폰신문은 지난 2015년 마카오 등에서 도박 관련 불법행위에 연루된 중국인 1만9000여 명이 적발된 이후 도박을 즐기는 중국인들이 동남아로 급속도로 흘러갔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카지노 ‘나가월드’에선 중국인 부유층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VIP 룸의 판돈이 2017년의 경우 211억달러(약 30조1730억원)로, 전년 GDP(약 200억달러)보다 많았다. 동남아 카지노 시설 인근에는 차이나타운 상권이 발달해 있고, 일대에서 쓰이는 통화가 사실상 위안화인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차이나 반도의 카지노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카지노와 연루된 불법행위도 이들 지역으로 옮겨서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소리(VOA)는 지난달 “동남아 카지노 산업이 무질서하게 성장하면서 마약과 돈세탁, 불법 포획한 희귀 동물 매매 등 범죄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라오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 2월 라오스에선 “카지노에 고용시켜 주겠다”는 말에 속아 불법 스캠(scam·신용 사기)에 연루된 태국인 11명이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구출됐다. 라오스에선 지난 1년 새 이 같은 사기 고용으로 범죄를 도왔다가 구출된 사람이 5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에선 감금돼 사기 노동에 시달리다 구출된 내외국인이 올 들어 800여 명에 이르렀다. 이들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태국의 경우, 경찰 관계자가 VOA 인터뷰에서 “라오스, 미얀마와 접경 지역에서 카지노 시장이 급성장한 이후 필로폰이 태국으로 대량 밀반입되는 등 범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동남아 카지노는 중국 마피아가 불법 약물과 무기 거래, 목재 벌채, 광물 채취 등으로 번 돈을 세탁하는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제러미 더글러스 UNODC 동남아·대양주 지역사무소 소장은 “코로나 유행으로 온라인 카지노까지 성장하면서 동남아 카지노를 거점으로 한 돈세탁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이 동남아에서 카지노를 통한 불법행위를 일삼을 수 있는 배경엔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정부가 동남아에 자본을 투입, 철도 등 인프라 개발을 도우면서 세력을 키워나가자 민간 재벌들이 개발 규제가 느슨해진 틈을 파고들어 위법 시설을 마구잡이로 세웠다는 것이다.

막대한 중화권 자본이 투입돼 각국 정부가 위법 행위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라오스의 경우, 중국인 투자자들이 개발한 ‘금삼각 경제특구’에서 중국 마피아 보스 자오웨이(趙偉)가 운영하는 카지노가 불법 유흥업소 영업 등 범죄 온상으로 떠올랐으나, 현지 당국은 거액의 뇌물을 받고 이를 방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매체 더디플로맷은 이곳이 “세계 최악의 경제특구”라며 “수백명의 라오스 여성이 갇혀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군부 쿠데타 이후 국제사회의 잇따른 경제제재로 재정 상황이 악화한 미얀마도 수사 당국이 자금 확보를 위해 카지노 일대에서 벌어지는 위법 행위를 눈감아주면서 중국인들의 인기 원정 도박지로 떠올랐다고 한다. 더글러스 소장은 “동남아 지역은 기본적으로 규제가 느슨해 단속이 어렵다”며 “특히 내전 상태인 미얀마는 접근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동남아 카지노를 중심으로 한 범죄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국제 조직 ‘자금세탁방지 금융대책기구(FATF)’는 조만간 미얀마 등 국가를 블랙리스트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국가가 FATF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현지 금융기관에서 신용이 크게 떨어져 경제 혼란이 심화하고 주민들은 더욱 가난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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