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협박 사건의 주범 이모씨가 26일 중국에서 송환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뉴시스

범죄자가 죄를 짓고 해외로 도망가도 안심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외국 경찰과의 '국제공조'가 긴밀해진 덕이다. 글로벌 치안 협력이 진전되면서 올해만 400명 넘는 해외도피 사범이 붙잡혀 국내로 송환됐다.

경찰청은 1~11월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해외로 도주한 국외도피 사범 438명을 현지 검거해 강제 송환했다고 28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361명)과 비교해 21.3% 증가한 수치다.

국외도피 사범의 국내 송환이 늘어난 건 해외경찰과의 협력관계가 끈끈해진 것과 무관치 않다. 경찰은 올 들어 죄질이나 도피기간을 분석해 국제공조에 필요한 주요 국외도피 사범 집중검거 체계를 구축했다. 피의자별로 수사관서와 주재관, 해외경찰과의 상시 연락망을 만든 뒤 실시간 수사상황을 공유하면서 신속한 검거가 가능해졌다.

경찰청도 중범죄자의 해외도피 시 절차를 생략하고 즉시 공조에 착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여기에 경찰 수뇌부는 치안총수회담 등을 통해 외국 법집행기관과 신뢰관계를 쌓는 등 힘을 보탰다.

8월 발생한 대전 신협 은행강도 사건이 대표적이다. 경찰은 범행 2시간 만에 피의자 A(47)씨의 긴급 인터폴 적색수배서를 발부받아 24시간 추적체계를 가동했다. 주베트남 대사 명의 친서를 현지 공안부 장관에게 전달하고, 교민 커뮤니티에도 공개수배서를 배포해 한 카지노에 숨어있던 A씨를 범행 한 달 만인 9월 10일 검거했다. 같은 달 21일 송환까지도 열흘 정도만 걸렸다. 전날 송환된 서울 강남 마약음료 유포 사건의 주범 역시 윤희근 경찰청장이 중국 공안부장에 협조를 부탁하는 등 공을 들인 덕분에 빠르게 데려올 수 있었다.

범죄자들은 해외 도피처로 중국을 선호했다. 438명 중 116명(26.4%)이 중국으로 도망갔다가 한국으로 압송됐다. 필리핀 81명(18.4%), 베트남 42명(9.6%)이 뒤를 잇는 등 아시아 국가가 전체의 90%를 차지해 지리적 요인이 도피 장소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도피 사범의 평균 나이는 44세였으며, 많게는 83세까지 있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활발한 국제공조를 추진해 우리 국민 안전 확보와 국제 치안질서 확립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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