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불법 카지노바에 그 뿌리가…쌍방울 ‘김성태 사단’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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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 불법 카지노바에 그 뿌리가…쌍방울 ‘김성태 사단’ 비화

15 연남동찍새 0 4161 0

[일요신문] "제일 많이 한 건 골프 친 거고요. 그러고 나서 술 마시고…." 쌍방울 계열사 대표이사 A 씨는 "2022년 6~7월 해외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을 여러 번 만나 무엇을 했느냐"는 검사 질문에 1월 6일 이렇게 답했다. A 씨는 이날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쌍방울그룹 부회장 B 씨에 대한 뇌물 혐의 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A 씨가 이날 내놓은 의외의 답변은 또 있다. 검사는 A 씨에게 "김 전 회장이 회사 임원들에게 텔레그램 통화를 먼저 건다고 한다. 텔레그램은 추적이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A 씨는 "김 전 회장과 카카오톡으로도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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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수사기관을 우롱하는 듯한 김 전 회장의 호화 도피 생활은 막을 내렸다. 회사 임원을 해외로 불러 골프를 치던 김 전 회장은 1월 10일 태국의 한 골프장에서 검거됐다. 체포 당시 김 전 회장 옆에는 양선길 쌍방울그룹 회장이 함께 있었다. 양 회장은 2022년 2월 미국으로 출국한 뒤 줄곧 해외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2022년 5월 31일 싱가포르로 출국했다. 이후 싱가포르 5성급 호텔, 태국 풀빌라 등을 오가며 생활했다. 김 전 회장은 국내에서 데이트하던 유흥업소 여성을 해외 거처로 부르는가 하면, 회사 임직원들을 통해 김치와 삼계탕 등 한식을 공수해서 먹었다. 계열사 소속 유명 가수를 불러 생일파티도 열었다.

김 전 회장의 대담한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필리핀 마닐라 등에 있는 카지노를 여러 차례 방문해 수억 원대의 도박을 했다. 현지에서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카지노라고 하더라도 속인주의 원칙상 한국인의 도박은 처벌 대상이다. 상습도박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김 전 회장의 호화 도피 생활에서 도박의 그림자는 한 번 더 등장했다. 도박장 마담 전력이 있는 여성이 김 전 회장의 도피 조력자로 지목된 것.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과거에도 이 여성에게 도박 자금을 빌리고 갚았다. 김 전 회장은 2010년 쌍방울 주가를 조작할 때 이 여성의 계좌를 동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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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회장과 도박 인연은 적어도 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건물 2층에 2005년 11월 일반음식점으로 허가 받은 L 가게. 339.94㎡(약 102평) 남짓한 이곳은 경양식으로 업태가 신고됐다. 하지만 실상은 테이블 6개로 구성된 카지노바. 당시 이 카지노바 사장인 C 씨는 김 전 회장과 밀접한 관계였다. C 씨는 김 전 회장이 2006년 1월 설립한 건설사 N 사 사내이사를 맡았다(관련기사 [단독]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 때 검거, 쌍방울 김성태 행적과 네트워크).

김 전 회장이 실제로 건설사업을 벌였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확인된 건 김 전 회장은 N 사 사무실을 거점으로 도박 PC방을 모집해 운영했다는 사실. 김 전 회장의 도박 PC방은 전북 전주, 익산, 군산 등지 13곳이었다. 공교롭게도 법인등기부상 N 사 사무실은 카지노바 L과 주소가 층수까지 같았다. 그런데 카지노바는 건물 한 층 전체를 쓰고 있었다. C 씨 카지노바와 김 전 회장 도박 PC방이 무관치 않다고 의심되는 대목이다.

C 씨는 김 전 회장과 1998년쯤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김 전 회장의 범죄 행각에 매번 연루됐다. C 씨는 2010년 김 전 회장이 주도한 쌍방울 주가조작에 가담했다. 2022년엔 해외 도피 중인 김 전 회장을 만나러 출국한 적이 있다. C 씨는 2023년 현재 쌍방울 계열사 등기이사다.

김 전 회장의 수행비서 D 씨 또한 2006년 8월 경기 수원에서 인터넷 도박 게임 프로그램이 설치된 PC방을 운영했다. D 씨 역시 김 전 회장의 범죄 행각에 매번 연루됐다. 김 전 회장은 2008~2013년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회사의 명의상 대표이사로 D 씨를 취임시키고 불법 대부업을 했다. D 씨는 2010년 김 전 회장이 주도한 쌍방울 주가조작에도 관여했다.

D 씨는 2022년 김 전 회장의 해외 도피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 D 씨는 2022년 5월 말 쌍방울그룹 비서실 직원들에게 연락해 김 전 회장의 항공권 예매를 지시했다. 검찰은 당시 D 씨가 캄보디아에 체류하고 있어서 2022년 5월 31일 김 전 회장 출국 때 D 씨 대신 쌍방울그룹 부회장 B 씨가 동행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D 씨는 2022년 6월경 김 전 회장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B 씨는 귀국했다.

쌍방울그룹 이사 E 씨도 2006년 경기 부천과 용인 등지에서 29개 도박 PC방을 운영한 전과가 있다. E 씨 역시 김 전 회장이 2022년 해외 도피 중 불러들인 임원 중 한 명이다. E 씨는 벌금형 11회, 음주 및 무면허 운전 3회 등 김 전 회장 측근 중 전과가 가장 많은 인물이다.

E 씨는 쌍방울그룹 횡령·배임 등 혐의로 수사받는 인물 중 가장 먼저 구속된 인물. 또 다른 범죄가 발각돼 구속됐다. E 씨는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기소돼 2022년 11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E 씨는 이에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김 전 회장과 오래된 측근의 2006년 불법 도박장 전과가 의미심장한 건 이들이 조직폭력배 출신이라는 풍설 때문이다. 당시 불법 도박장은 유흥업소, 불법 대출 등과 함께 폭력 조직의 주요 수입원이었다. 국가정보원은 2006년 보고서에서 조직폭력배가 대부분의 불법 도박장을 장악했다고 밝혔다.

쌍방울그룹의 수상한 자금 이동 경로에 D 씨와 E 씨 이름이 등장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이 경제 공동체로 의심되는 정황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쌍방울이 2018년과 2019년 각각 100억 원씩 발행한 전환사채(CB) 유통 과정에 자금 세탁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당시 전환사채를 인수한 회사는 총 세 곳이었다. 이 중 두 곳 대표이사는 각각 D 씨와 E 씨였다. 또 다른 회사 대표이사는 김 전 회장의 친척 조카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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