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도 'K-콘텐츠'…"국내 개발 테이블게임 나왔다"
바카라와 텍사스 홀덤, 블랙잭 등 외산 게임이 주를 이루는 카지노 산업에서 국내 아이디어로 자체 개발한 테이블 게임이 나왔다. 그랜드코리아레저( GKL ) 직원들이 사내벤처 제도를 통해 사업화에 나선 신규 카지노 게임 콘텐츠 '브로그(BROG)'가 주인공이다. 국내외 카지노 사업장에 신규 게임이 도입된다면 지식재산권에 따른 로열티로 외화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내건 윤석열 정부의 '내수활성화 대책'에 발맞춰 방한 관광객에게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K-관광 콘텐츠'로 활용할 기회가 마련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24일 카지노 업계에 따르면 GKL 사내벤처 '퍼센트케이'가 자체 개발한 브로그는 현재 테이블 기반의 카드 게임 서비스로 특허를 받아 이를 도입할 국내 고객사를 유치하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 제주지부에서 GKL 임직원과 제주 지역 외국인 카지노 운영사 테이블게임 담당자, 정책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게임 시연회를 진행했다.
이 게임은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유리판을 건너야 하는 5단계 미션처럼 징검다리 방식으로 진행한다. 플레이어가 1~4라운드까지 양쪽으로 나뉜 구역 중 어느 쪽이 이길지 예측한 뒤 한곳을 골라 동일한 금액을 베팅하는 것으로 게임이 시작된다. 카드에 그려진 4가지 모양 중 스페이드와 다이아몬드, 하트, 클로버 순으로 우열을 가린다. 1라운드에서 플레이어가 베팅한 쪽 카드가 높으면 베팅액의 1배를 받는다. 이렇게 4라운드까지 카드를 뒤집어 2라운드 승리 시 2배, 3라운드 5배, 4라운드는 10배까지 획득할 수 있다. 4라운드 위 '옵션' 영역에도 베팅이 가능한데 1~4라운드 한쪽 줄이 모두 같은 모양이 나오면 베팅액의 60배를 받는 '잭폿'을 기대할 수 있다.
최문권 퍼센트케이 대표는 "수년간 연구 끝에 게임을 완성한 뒤 이 방식을 어떻게 소개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마침 오징어게임이 '히트'하면서 징검다리에 비유한 설명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대부분 1분 안에 규칙을 이해하고 참여자들의 흥미를 북돋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2006년 GKL에 입사해 머신 팀에서 줄곧 일했다. 현장에서 외국인 관광객들과 만나면서 기존 카지노 게임의 '룰이 너무 어렵다'라거나 초보자의 경우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불편하다'는 의견을 자주 접했다고 한다. 여기에 국내 아이디어로 제작한 카지노 게임이 부재하다는 점에 착안해 브로그 개발에 뛰어들었고 2021년 골격을 완성했다. 카지노 게임을 만드는데 가장 어려운 과정으로 꼽히는 배당률과 승패 확률도 직접 연구해 국제 게임인증기관(BMM)의 수학 평가 인증을 통과했다.
최 대표는 김선욱, 심재민 팀장 등 GKL 직원 2명과 함께 GKL 사내벤처를 통해 브로그의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사내벤처 제도는 2017년부터 전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확대한 정부 사업이다. 관련 기관의 사업화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일자리 창출과 동반 성장 등 사회적 가치 창출을 목표로 한다.
다만 신규 게임이 국내 카지노 업장에 도입되고 해외 진출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 법령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카지노업의 영업 종류를 담은 '관광진흥법 시행규칙' 가운데 테이블 게임이나, 전자 테이블 게임, 머신 게임 등 기존 '영업 구분'처럼 브로그를 추가할 절차를 밟아야 한다. 현재 특별자치도 조례를 개정해 신규 카지노 게임을 도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제주도에서만 지역 내 카지노사를 대상으로 이 게임을 판매할 수 있다. 시장이 훨씬 큰 내륙은 관광진흥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브로그를 시연하거나 판촉 활동을 할 수 없다. 최 대표는 "국내 시장의 관심도와 게임 판매 성과 등을 중요하게 보는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안방'에서의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고 짚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이 문제를 조율하기 위해 법제처 의견 수렴 등 관련 절차를 검토했으나 진척이 더디다"면서 "카지노가 관광산업보다 사행산업이라는 대내외 인식이 우세해 시행규칙을 개정하는데도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외 기관이 인증한 배당률이나 승패 계산도 유관 부처 입장에서는 공신력에 의구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공인 기관이나 전문가 집단을 선정해 설득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