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사이트 이용한 대리 베팅 사기
최근 SNS를 이용한 대리 베팅과 로맨스스캠(Romance Scam)1 사기, 혹은 여성을 상대로 ‘고액 알바’를 미끼로 한 다양한 사기 범죄가 등장하여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SNS를 이용한 사기 범죄는 사기꾼을 잡기도 어렵고, 피해 금액을 복구하기도 어려워 많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이들에게서 금전을 갈취하기 위해 카지노사이트를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먹튀검증을 마친 안전한 카지노사이트는 손쉽게 충전과 환전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하여, 사기 범죄자들이 피해자에게 충전과 환전을 유도하여 사기 범죄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카지노사이트 대리 베팅을 이용한 신종 사기 범죄
인스타그램이나 각종 채팅 사이트를 이용해 SNS에서 여성에게 접근하여 로맨스스캠 사기를 벌이거나, ‘부업’ 혹은 ‘고액 알바’라는 미끼로 여성들을 유혹하여 카지노 대리 베팅을 요구하는 사기 조직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SNS를 이용해 전세계 사람들과 감정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겨난 뒤, 다음 두 가지 신종 사기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 해외에 체류 중이라며 연인을 가장해 특정 카지노사이트의 포인트 혹은 코인을 충전 및 환전해달라며 접근
- 고수익 투자금을 돌려주겠다며 카지노사이트에서 대리 베팅을 요구
이러한 수법은 모두 ‘환전’을 이용한 사기 수법입니다. 카지노사이트에 금액을 충전하고 베팅한 뒤에 환전을 요구하면 현금을 계좌에 넣어주는 방식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안전한 카지노사이트는 환전이 신속하고 빠르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피해자의 금액으로 베팅하고 환전한 뒤의 수익금을 본인이 받아가는 방식입니다. 대리 베팅 방식은 여러 가지가 존재합니다.
- 본인을 ‘정상급 카지노 플레이어’라 소개하며, 카지노사이트 계정에 충전하면 수익금의 일부를 돌려주겠다고 속이는 방법
- 카지노사이트를 해킹하여 게임 결과를 조작할 수 있어 무조건 게임에서 승리하니 대신 베팅에 나설 것을 종용하는 방법
이들은 모두 피해자들이 본인에게 연인의 감정을 품고 있다는 점을 이용하여 감정에 호소합니다. 피해자들은 연인의 유혹에 못 이겨 처음에는 10~50만 원 수준의 소액을 투자합니다. 이를 확인한 사기 조직은 카지노사이트 화면을 조작하거나 합성한 이미지를 제작하여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짧은 시간 안에 수십 배의 수익을 거둔 것처럼 속입니다. 그리고 피해자가 여기에 혹해 더 큰 투자금을 마련하도록 유도합니다. 이렇게 대리 베팅의 늪에 빠지고 난 뒤 피해자가 출금을 요구하면 환전을 위한 본인 인증 및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금액을 요구하는 식입니다.
부산에 사는 장모씨는 위와 같은 이른바 ‘대리 베팅’ 사기 수법의 피해자입니다. 사기 범죄 조직은 대리 베팅이란 명목으로 수십 배의 수익을 약속하고 카지노사이트에 가입 시킵니다. 그러나 해당 카지노사이트는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카지노사이트가 아닙니다. 사기 범죄 조직이 사기를 목적으로 가장한 카지노사이트이며, 일반 사용자들이 이용하는 안전한 카지노사이트가 아닌 것입니다. 따라서 피해자들이 눈 앞에서 큰 수익을 얻는 현장을 목격할 수 있도록 게임 환경과 결과를 조작합니다.
그리고 피해자가 당첨금을 환전 신청하면, 환전을 위해 정회원 가입이 필요하다는 식의 핑계를 대며 추가 입금을 요구합니다. 사기 조직은 장모씨에게 출금을 위해 3개의 계좌에 9,800만 원을 입금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추가 인증을 위한 금액이 너무 큰 탓에 사기를 의심한 장모씨는 즉시 입금을 중단하고 3개의 계좌 주인인 3명을 사기 범죄 조직이라 신고하고 부당 이익금 반환 청구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민사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 중에 법정에 출두한 계좌 주인 3명 A, B, C씨는 모두 장모씨와 같은 대리 베팅의 피해자였습니다. A, B, C씨는 다음과 같은 수법의 피해자입니다.
- A씨 : 대리 베팅의 피해자로, 피해 금액의 일부를 사기 범죄 조직에게서 돌려받는 조건으로 본인 명의의 계좌를 범죄 조직에게 넘겼습니다. A씨의 통장은 장씨에게 사기 행각을 벌이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 B씨 : 로맨스스캠의 피해자로서, 40세를 넘긴 B씨는 빨리 결혼하라는 집안의 독촉에 데이팅 앱을 사용하여 김모씨를 만났습니다. 김모씨는 B씨와 자주 연락을 주고 받으며 연인으로 발전했습니다. 김씨는 본인을 증권회사의 일분 주재원이라 소개하고, 해외 출장 중인 상황에서 투자를 위해 계좌를 빌려달라고 B씨에게 요구했습니다. B씨는 김모씨에게 계좌와 함께 6,000만 원을 빌려줬지만, 사기 범죄가 드러나고 서울 방배경찰서의 조사를 받았습니다.
- C씨 : 법원에 자필 준비 서면으로 출석을 대신한 78세의 노인인 C씨는 대출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대출을 허가한 업체의 말에 속아 계좌 번호를 사기 범죄 조직에 넘겼습니다.
사기 범죄 조직이라 의심한 계좌 명의를 추적한 결과 3명 모두 또다른 사기 범죄의 피해자인 것이 알려지며 피해 금액을 보상받을 길이 요원해졌습니다.
경상북도 경주에 사는 회사원 최모씨 역시 작년에 위와 같은 대리 베팅 사기로 총 1억 2,000만 원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후 온라인에서 비슷한 사례의 피해자를 모아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지만, 피해 금액을 제대로 돌려받을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최모씨는 “옛날 서아프리카 조직이 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로맨스스캠 사기가 최근 채팅 사이트 환전, 카지노사이트 대리 베팅 등의 수법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피해자들이 자신도 불법 온라인 도박에 참여했다는 사실로 인해 적절히 대응을 하지 못 하고 있다 지적했습니다.
형법 246조는 도박에 참여한 사람을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기 범죄자들이 피해자 또한 도박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협박하는 데에다, 고소를 위해 찾아간 경찰 역시 처벌 가능성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신고를 주저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대리배팅 알바를 통해 범죄 피해를 입은 사례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문서 위조를 통해 피해자를 협박하기도
30대 여성 회사원 전모씨는 작년 10월 갑작스레 고소장을 받게 되었습니다. 카카오톡을 통해 전달된 고소장은 법무인 김모씨가 수원지방법원에 보낸 것으로, 전씨를 영업 방해죄로 고소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전씨는 ‘채팅 환전’ 사기의 피해자인데, 사기 피의자로 의심되는 자들이 역으로 전씨를 고소한 것이었습니다. 전씨는 예전 SNS에서 본인을 금융 회사 대표라고 소개한 주모씨를 만났습니다. 주모씨는 전씨에게 강한 호감을 표시하며, 오랜 시간 SNS를 통해 매일 같이 대화를 나누며 깊은 관계로 발전했습니다. 전모씨를 알게 된 뒤 1달 가량이 지났을 때, 주모씨는 갑자기 전모씨에게 이상한 제안을 했습니다. 주모씨가 특정 채팅 사이트에 1,700만 원 가량의 포인트를 충전해 놨는데, 남성 회원은 환불이 안 되기 때문에 여성인 전모씨에게 대신 환불을 신청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주모씨가 이야기한 채팅 사이트는 인터넷 방송 플랫폼으로, 회원들이 여성 BJ와 채팅을 하며 포인트나 선물을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주모씨는 전모씨에게 이 곳에 가입하여 개인 방송을 시작하면 자신이 회원으로 입장하여 1,700만 원 가량의 포인트를 선물로 보내겠다고 했고, 포인트를 받은 전모씨가 사이트에 환전을 신청하면 포인트를 현금으로 돌려준다는 것입니다. 주모씨의 “대신 환전 해줘” 한 마디에 전모씨는 방송을 개설했고, 실제로 주모씨는 전모씨에게 1,700만 원 상당의 포인트를 선물했습니다.
그리고 전모씨가 고객센터에 환전을 요청하자, 사이트 상담원은 신규 회원의 경우 환불이 안 된다며 회원 등급을 올려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50만 원을 충전하여 골드 등급으로 올라가면 환전해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전모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50만 원을 송금하여 회원 등급을 올렸지만, 사이트 상담원은 계속 해외 은행 수수료 및 사이트 예수금, 가상 계좌에 예정된 금액과 환전 신청 금액의 불일치, 고액 환전에 따른 본인 인증 비용 등을 명목으로 6차례에 걸쳐 총 1,750만 원을 요구했습니다. 1,700만 원을 환전받기 위해 필요한 금액이 그 이상이었던 것입니다.
전씨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이 요구하는 비용을 모두 보냈고, 여러 차례 다양한 명목의 비용을 송금했음에도 불구하고 환불이 되지 않는 상황에 항의하자 돌연 고소 협박을 받게 되었습니다. 사이트 관리자가 “당신 탓에 회사 공금이 동결되었으니 회사 법무팀을 통해 고소하여 피해 보상을 요구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전모씨가 환전을 위해 여러 차례 입금하는 동안 입금 과정에서 실수를 저질렀고, 단시간에 큰 금액을 환전 요청한 탓에 회사의 공금 8,922만 원이 금융 당국의 제재를 받게 되었다는 내용입니다. 고소장에는 전씨에게 영업 방해 손실 보상 3,000만 원을 포함한 총 1억 1,922만 원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렇게 피해자를 되려 고소하며 피해 보상을 협박하는 방법은 사기 조직들이 최근 피해자의 신고를 막기 위해 동원하는 수법입니다. 이들은 카지노사이트 대리 베팅 등으로 피해를 입은 사기 피해자들에게 영업 방해 명목으로 고소를 진행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고소는 모두 공문서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기 조직은 경찰과 검찰, 또는 법원의 공문서를 위조하여 영업 방해 혹은 도박 죄로 고소한다며 고소장을 위조하여 피해자에게 전송하고, 여기에 겁을 먹은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못 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피해를 감수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기 조직이 피해자를 영업 방해죄로 고소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사기 범죄에 이용되거나 불법 영업의 경우 영업 방해죄가 적용되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기 조직이 범죄에 이용하는 카지노사이트는 대개 운영 자체가 불법인 곳으로, 온라인상의 재화를 현금으로 환전해주는 행위 역시 불법입니다. 게다가 대리 베팅의 정도와 형태에 따라 피해자 역시 도박에 참여한 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실적으로 도박과 사기 도박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사례에 따라 사기 범죄 피해자가 도박에 참여한 행위가 입증되면 사기 피해 보상과 별도로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로맨스스캠 및 대리 베팅 환전 사기 피해자들의 집단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사유 대표 최지현 변호사는 “대리 베팅 알바 제안을 받고 온라인카지노 베팅에 직접 참여한 경우가 있는데, 이들은 도박죄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집단 소송에 피해자로 참여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본인이 도박죄로 처벌받는 한이 있더라도 사기 혐의로 고소할 수는 있지만, 피해 금액과의 경중을 따져 직접 결정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피해 복구를 빌미로 접근하여 2차 피해자 양산
최근에는 이러한 사기 수법이 더욱 진화했습니다. 보이스피싱 혹은 대리 베팅 사기 피해자들이 피해를 복구하기 어려운 점을 이용하여, 피해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접근하여 2차 사기 행각을 벌이는 것입니다. 피해자들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한 2차 사기는 최악의 사기 범죄로 꼽힙니다.
대전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2021년 9월 인스타그램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은 사람의 대리 베팅 사기로 인해 1억 2,000만 원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 중 절반 가량은 대출 받은 돈인데, 현행법상 대리 베팅 사기는 보이스피싱과 달리 재화와 용역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대출에 대한 원금과 이자를 모두 부담해야 합니다. 최근 급격히 오른 금리오 인해 이자가 부담스러워진 김모씨는 본인과 같은 금융 사기 피해자들의 인터넷 카페에 가입하여 피해를 호소하고 피해를 복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의 글에 2차 사기 범죄자인 오모씨가 접근했습니다. 본인을 해커라 소개한 오모씨는 김씨에게 대리 베팅 혹은 보이스피싱 피해의 경우 복구가 어렵다면서, 대리 베팅 사기가 벌어진 가짜 카지노사이트를 해킹하여 다른 피해자들의 돈을 김모씨에게 보내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피해 금액을 복구하려면 경찰에 신고하는 것보다 훨씬 낫겠다 싶어 김모씨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오모씨는 해킹의 대가로 1,200만 원을 요구하고, 추가로 900만 원을 더 요구했습니다. 김모씨는 해킹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추가로 대출을 받았지만, 오모씨 역시 사기 범죄자임을 직감한 김모씨는 뒤늦게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 수사는 9개월 이상 소요되었고, 오모씨가 벌인 사기 행각을 병합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마침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작년 7월 오모씨에게 사기 및 사기 미수 등의 6개 범죄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했습니다.
각종 투자 사기 피해자에게 피해 금액을 돌려주겠다며 2차 사기를 벌인 오모씨는 사기 범죄 수익금을 암호화폐에 투자하거나 FX 환율 마진 거래, 주식 거래 등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모씨는 형량을 낮추기 위해 피해자들에게 100만 원을 선입금할 테니 고소를 취하해 달라며 합의를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김모씨는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해 또 다른 사기 피해자들에게 접근하여 2차 사기를 벌일 것 같다며 합의를 거절했습니다.
김모씨가 1차 사기를 당한 인스타 대리배팅 사기는 작년 12월 경찰이 수사를 중지했습니다. 김모씨가 피해 금액을 입금한 6개의 계좌가 모두 사기 범죄 피해자들의 계좌였고, 점조직으로 운영되는 사기 조직을 추적할 단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1차 피해 금액을 돌려받을 길은 요원해졌습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한 사기 사건은 총 155,715건에 달합니다. 매일 하루에 426건 가량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약 4분마다 한 번씩 사기 범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중 경찰이 범인 검거에 성공한 것은 109,250건으로, 검거율은 70% 정도에 불과합니다. 검거하더라도 실제 구속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30,237명 뿐입니다.
보이스피싱 전담 수사반의 수사관에 따르면, 위 통계는 범죄 수익 1차 수거책과 대포 통장 제공자 등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해외에 있는 조직의 총책이나 핵심 세력에게 접근할 방법이 딱히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김모씨는 소개팅 어플 환전 및 인스타 부업 사기, 로맨스 스캠 등의 피해자들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 ‘화난사람들’에서 피해자를 모아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 금액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1차 사기를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1차 사기 피해자를 노린 2차 사기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