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드는 외국인 관광객… 카지노 ‘잭팟’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외화 획득 ‘효자 산업’으로 꼽히는 카지노가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 ‘큰손’ 고객들이 주로 찾는 카지노가 다시 활기를 찾으면 숙박·면세 등 유관 관광 업종의 회복세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한·미, 한·일 정상회담 등 한·미·일 3각 공조 강화의 영향으로 대중(對中) 관계가 경색되고 있는 점이 여행, 관광업계에 복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9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서울과 인천, 부산, 제주 등 4곳에서 카지노를 운영하는 파라다이스의 지난달 드롭액(카지노 이용객이 게임을 위해 칩으로 바꾼 금액) 규모는 516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1236억 원) 대비 318%에 달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4월(5924억 원)과 견줘 약 90% 수준으로 회복했다. 드롭액 규모가 늘면서 올해 1∼4월 누적 카지노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6% 늘어난 1888억 원을 기록했다.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본 무비자 관광이 재개되면서 매출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본격화하면 실적 개선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운영하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세븐럭’도 드롭액이 지난달 2963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달(1050억 원)의 3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카지노 업체들은 올해 외국인 관광객이 더욱 늘 것으로 보고 고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파라다이스는 일본 협력사인 세가사미 홀딩스와 현지 VIP 고객 대상 마케팅을 강화하고, 한류와 연계한 다양한 체험 상품을 개발한다. GKL도 인바운드(외국인 국내여행) 여행사와 면세점, 공연장 등과 손잡고 매스(MASS·대중) 고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해외여행 수요 회복으로 주요 여행사들도 올해 줄줄이 흑자로 돌아서며 실적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여행업계 1위 하나투어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6억 원을 기록해 2019년 3분기 이후 3년 6개월 만에 첫 흑자를 냈다. 모두투어도 1분기에 30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내고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전망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일본, 동남아에 이어 대만·홍콩·중국 등 중화권으로의 여행이 늘면서 올해 하반기부터는 실적 개선 폭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아직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본격 유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할 경우 실적 회복은 그야말로 요원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